9. 혼종혼인

 

 

 
 

  혼인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을 상담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종교문제로 힘들어 하는 분들을 만날 때는 체한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저 사랑에 눈멀어 많은 생각 없이 혼인했는데 개신교 신자인 시댁식구들이 마치 자신을 마귀 대하듯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화도 납니다. 혼인 전에 진작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이제야 털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편이 되어 주리라 여겼던 배우자마저도 자신을 냉대한다며 만신창이가 되어 하소연할 때면 마치 불치병에 걸린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슬퍼집니다. 이럴 때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함께 기도하고 인내하며 주님의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할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혼종혼인은 세례 받은 두 남녀의 결합인데, 한 사람은 가톨릭 신자이고 다른 배우자는 유효한 세례를 받은 개신교 신자일 때 맺어지게 됩니다. 교회법 제1124조에서는 천주교 신자와 개신교(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등)에서 유효한 세례를 받은 사람과의 혼인을 혼종혼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의 범주에는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은 자와 개신교에서 세례를 받고 가톨릭으로 개종한 사람이 해당됩니다. 그러나 공공연한 방법으로 더 이상 가톨릭 신자가 아님을 밝힌 사람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가끔 TV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가운데 세례를 받고도 가톨릭 신자임을 공공연한 방법으로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혼인에 있어서 더 이상 가톨릭 신자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명시적인 직권자의 허가 없이는 혼종혼인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금지하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가톨릭 신자가 혼종혼인으로 인해 자신의 신앙생활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혼인에서 태어나는 자녀들을 가톨릭 신앙 안에서 세례와 교육을 시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권자는 몇 가지 조건을 수용한다면 혼종혼인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 ‘허가’는 ‘관면’과 다른 법적 개념입니다. 교회법 안에서 혼인 장애가 있을 때 유효하고 합법적인 혼인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이 관면 없이는 혼인이 무효가 됩니다.

그러나 허가 사항일 경우에는 허가를 받지 못하고 혼인해도 비록 불법이나 유효한 혼인이 됩니다. 관면이나 허가를 받기 위해선 선결 조건이 있는데 이는 다음 기회에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이 조건의 내용이 충분히 개신교 신자에게 설명되어지고 확실한 답변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거절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극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집가고 장가가는 것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즉 구원 문제가 더욱 중요함을 일깨워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시간이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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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주교 춘천교구 법원싸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