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관면과 허가의 조건

 

 


 

  본당의 젊은이들 중 퍽 괜찮아 보이는 청년들이 어느 날 손잡고 온 사람을 소개하며 혼인 상대자라고 하면 이것저것 묻습니다. 제일 먼저 신앙을 묻는데 이때 불교신자나 개신교 신자라고 하면 일단 한숨부터 나옵니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종말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하나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들에게 “그래 사랑하기를 두려워 마라.” 하며 격려한 뒤 관면과 허가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천주교 신자와 불교 신자가 혼인할 때 받아야 하는 것은 ‘관면’이고 세례 받은 개신교도와 혼인할 때 받아야 하는 것은 ‘허가’입니다. 관면이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동일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조건은 “가톨릭 신자 편 당사자는 자기가 신앙을 배반할 위험을 제거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선언해야 하며 또한 모든 자녀들을 가톨릭교회에서 세례 받고 교육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여야 합니다”(교회법 제1125조). 선언의 내용은 신앙을 배반할 위험을 제거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버리고 다른 종파로 옮겨 간다든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종교적 무관심에 빠진다든지 혹은 그밖의 신앙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겠다는 것입니다. 혼인의 당사자도 그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만일 그럴 가능성이 높다면, 신자들의 신앙을 보호해야 함을 의무로 여기고 있는 교회의 직권자는 허락해 주지 않습니다. 신자가 혼인 때문에 신앙을 잃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구원이 혼인보다 상위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약속의 내용은 자녀들을 가톨릭교회에서 세례 받게 하고 교육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을 신앙 안에서 훈육시켜야 함은 부모의 권리이며 의무입니다. 그런데 이 의무와 권리는 가톨릭 배우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두 부모 모두에게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가톨릭 신자가 주어진 여건에서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실한 약속”을 하게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가톨릭 신자 편 당사자가 하여야 하는 이 약속들을 적당한 때에 상대편 당사자에게 알려서 그가 가톨릭 신자 편 당사자의 약속과 의무를 참으로 의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교회법 제1125조).

세 번째 조건은 혼인의 목적과 본질적 특성에 대하여 양편 당사자들이 교육 받아야 하고 어느 편 당사자도 이를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교회법 제1125조). 혼인의 목적은 부부간의 사랑과 일치를 통한 자아의 실현과 자녀 출산 그리고 자녀 교육입니다.

그리고 혼인의 본질적 특성은 교회법 제1056조에서 설명된 ‘단일성과 불가 해소성’입니다. 단일성이란 일부일처의 혼인을 말하며 불가 해소성이란 죽을 때까지 이혼이 불가하다는 말입니다. 만일 혼인의 목적이나 특성을 한 가지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관면이나 허가가 될 수도 없거니와 그 자체로 혼인은 무효가 됩니다. 교회는 법규로 “한편이나 양편 당사자가 혼인 자체나 또는 혼인의 본질적인 어떤 요소나 본질적인 어떤 특성을 적극적 의지 행위로 배제하면, 무효하게 맺은 것이다.”(교회법 제1102조)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천주교 춘천 교구 법원싸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