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단순 유효화(Convalidatio Simplex)

 .


  코 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묻는 유머가 있습니다. 정답은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은 후 닫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냉장고나 코끼리의 크기라든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것들은 이차적인 것입니다.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되는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해 주는 유머입니다.

혼인 문제도 비슷합니다. 문제가 있는 부부는 혼인 장애를 제거하고 사제와 두 증인 앞에서 혼인서약을 하면 됩니다. 실제 유머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곳저곳에서 주워들은 엉뚱한 해결책을 갖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마치 신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복잡한 법규를 적용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걱정 말고 교회를 찾으십시오. 행복해질 것입니다. 신자들의 영혼의 유익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코끼리 보다 더 큰 기린(?)이라도 넣는 방법을 일러 줄 것입니다.

 

세례 받은 신앙인이 교회 안에서 혼인하지 않고 예식장에서 식을 치룬 뒤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이 국가법대로 혼인 신고를 했다하더라도 교회는 이 혼인을 무효로 처리합니다(교회법 제1083조, 제1086조). 신앙인이 교회법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신자라할지라도 이 규정은 적용됩니다. 무효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는 교회 안에서의 신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입니다.


성사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신자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제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냉담 중에 발생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까지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선을 달라는 자식에게 뱀을 줄 아비가 어디 있겠으며 달걀을 달라는데 전갈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주님의 말씀이 무색해집니다.


악하면서도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을 부모라고 정의했건만 왜 신앙이라는 보물은 감추어 두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많은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할 때 알게 되는 것은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신앙의 자극을 주지 못했기에 그 상태로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차적 책임은 본인 자신에게 있겠지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두 배우자가 본당 신부를 만나 장애를 없애고 혼인서약을 하면됩니다. 이때 신자인 배우자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몇 가지 서류를 통해확실히 하면 됩니다. 이를 단순 유효화(교회법 제1156조-1160조)라고 합니다. 사제 앞에서 혼인서약을 발하는 시점부터 그 혼인은 합법적이고 유효한 것이 됩니다. 신자로서의 모든 권리도 즉시 회복됩니다.

그러나 그동안 자녀들에게 전달해 주지 못했던 종교교육의 문제는 몇 배의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을 섬기고 자신의 영혼을 구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함을 거듭거듭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법도 가르쳐야 합니다. 신앙을 통해서만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합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너무 늦으면 세상 근심에 파묻혀 잘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