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45. 이스라엘 백성들은 왜 하느님께 맏배, 맏아들을 바쳤나

모든 맏물, 주님 소유의 거룩한 것 창조주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 표현

▲ 마리아가 예수를 성전에 바치는 것을 그린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침'(조토 작, 14세기).



  성경시대 이스라엘 민족은 외아들을 포함해 맏아들은 물론 집에서 키우는 짐승의 맏배, 사람이 가꾸는 곡식과 과일나무의 맏물을 하느님께 바쳤다.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처음 난 것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 나의 것이다. 내가 이집트 땅에서 처음 난 것들을 모두 치던 날, 나는 그들을 나의 것으로 성별하였다"(민수 8,17). 이들은 왜 맏아들과 맏배, 맏이를 하느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이스라엘 민족은 맏아들은 하느님 소유라고 여겼다. 하느님에게 속한 것은 거룩한 것이기에 인간이 그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 이외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과 짐승, 땅에서 나온 첫 열매를 바침으로써 모든 생명의 창조주인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분께 감사를 표했다.

 유다인들 삶은 모든 것이 하느님과 관계성을 갖는다. 그래서 성경의 사람들은 당시 인간 생존의 유일한 바탕이었던 농사의 첫 열매가 하느님께 속한다고 여겼다. 또한 맏아들은 물론 집에서 키우는 짐승의 맏배, 사람들이 가꾸는 곡식과 과일나무의 맏물이 하느님의 것이기에 당연히 그분께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삶과 죽음, 인간의 생산 활동과 그 활동의 터전까지 온전히 하느님의 것이며 또 그분 손에 달렸다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인간은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는 절대적 믿음이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맏물과 맏배, 맏아들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은 그분께서 주인이심을 인정하는 당연한 행위였던 것이다.
 또한 이것은 주인으로서 하늘과 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 풍요와 다산을 주시기를 청하는 의미도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스라엘 민족은 하느님께서 자기들에게 주신 땅에서 거둬들인 맏물인 곡식, 포도나무의 첫 열매로 만든 햇포도주, 올리브나무의 첫 열매로 만든 햇기름, 그해에 처음 깎은 양털을 하느님께 봉헌했다(탈출 22,28-29 참조). 이것은 바로 하느님을 향한 신앙고백이었다(신명 26,1-11 참조).

 그렇다면 사람인 맏아들은 어떻게 하느님께 바쳤을까? 이스라엘 주변 민족들은 아이들을 직접 죽이거나 산채로 불살라 신에게 바치곤 했다. 이러한 문화의 영향으로 유다인들도 특히 큰 어려움에 직면하면 이방인들처럼 맏아들 또는 자식을 불살라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모압 임금은 자기 뒤를 이어 임금이 될 맏아들을 데려다가, 성벽 위에서 번제물로 바쳤다. 그러자 무서운 분노가 이스라엘군에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그곳에서 철수하여 본국으로 돌아갔다"(2열왕 3,27).

 하지만 이런 비도덕적 우상숭배 행위는 결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벤 힌놈 골짜기'에 토펫의 산당을 세우고 저희 아들딸들을 불에 살라 바쳤는데, 이는 내가 명령한 적도 없고 내 마음에 떠오른 적도 없는 일이다"(예레 7,31). 이러한 행위는 하느님께 무서운 벌을 받았다.

 또 산 사람 목숨을 앗아서 바치는 행위는 율법으로 엄하게 금지됐고 단죄를 받았다(예레 7,30-34).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께 맏아들을 바칠 때에는 작은 가축이나 돈으로 대속해 바칠 수 있었다(탈출 13,13). 특별히 가난한 이들은 비둘기 두 마리를 대신 바치곤 했다(루카 2,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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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이 글은 평화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이며, 저희 본당 홈피에 옮김을 허락하여 주신 미주 평화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