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자가 묻습니다] 34. 세계사를 보면, 지동설이나 종교 재판, 마녀사냥 등과 같이 중세시대에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잘못이 많이 서술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회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는지요?

▲ 작은 형제회 수사들이 지난해 10월 아시시에서 개최된 평화를 위한 종교간 모임 행사장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Q. 세계사를 보면, 지동설이나 종교 재판, 마녀사냥 등과 같이 중세시대에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잘못이 많이 서술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회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는지요?

▲ 한봉환(서울 목5동본당, 53)



A. 화해는 사과와 배상, 용서가 전제됩니다. 가해자 측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사과와 함께 용서를 청하고 피해자 측에서 이를 받아들여야 화해는 가능합니다. 이때 사과와 용서는 정의로우며 사랑이 담긴 것이어야 합니다. 진정성이 없는 사과는 용서를 받지 못할뿐더러 화해도 어렵게 합니다. 나아가 무조건 용서와 화해를 양쪽에 촉구하는 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가톨릭교회가 2000년 역사 속에서 교회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용서를 청하는 결단을 보인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400여 년 전 가톨릭이 프로테스탄트들을 탄압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교회의 비난이 잘못됐음을 인정합니다.

 2000년 대희년을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의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청한 것은 새 천년기에 있어서 인류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됐습니다. 인간 존중과 생명 문화 건설, 참된 용서와 화해의 길을 인류에게 제시한 것이었지요.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작년 10월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종교 간 모임'에서 2000년 역사 속에서 교회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타 종교 지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교회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잘못이며, 이를 매우 부끄럽게(with great shame) 생각한다"고 말하고 "어떤 폭력도 종교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가 이 모임에서 그리스도교의 과오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당시 가톨릭 교계에선 가톨릭교회가 신앙을 수호하는 과정에서 폭력적 요소가 개입된 사건, 곧 십자군 전쟁이나 종교재판, 유다인 박해 등을 꼽았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선 2000년 대희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성찰한 것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사과 발언이라는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이처럼 교황께서 교회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를 청한 것은 진정에 찬 사과와 용서, 화해만이 새 천년기 지구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 이 글은 평화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이며,
저희 본당 홈피에 옮김을 허락하여 주신 미주 평화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