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를 통해 본 삶과 죽음의 의미
죽음을 준비하는 '호스피스'는 지금 누구에게나 현재 진행형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호스피스(hospice)’의 사전적 의미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여생을 잘 보내고 편안히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남은 가족들이 고통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총체적 돌봄이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환자들이 죽음을 맞는 순간보다는 죽음 전의 여생을 잘 보내도록 돕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들은 죽음을 단순한 생의 마침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바라보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호스피스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김은배 수녀(스텔라, 모현 가정 호스피스 센터)와 전성민 회장(타태오, 평화 호스피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죽음은 두렵고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고,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는 과정은 삶을 행복하게 이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며, 죽음은 또 다른 생명으로 넘어가는 관문이고, 삶의 여정에서 항상 죽음을 묵상해야 한다고 전한다. 결국 ‘호스피스’란 모든 이들이 가족과 이웃 그리고 자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며, 전 생애에 걸친 과제인 셈이다.


모현 가정 호스피스센터 김은배 수녀
“죽음을 직시하는 순간, 삶은 더 행복해집니다”

 

 

▲ 모현 가정호스피스 센터 김은배 스텔라 수녀. 김 수녀는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그런데 보통 죽음보다는 삶의 순간만 생각하게 되고, 죽음을 나쁜 것으로 바라본다"고 하면서,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할 죽음을 직시하는 순간, 삶은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김은배 수녀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이하 작은 자매회)가 운영하는 모현 가정 호스피스 센터에서 가정방문 소임을 맡고 있다. 작은 자매회는 갈바리산의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예수님과 함께하셨던 성모님의 마음을 영성으로 삼는다. 임종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와 봉사를 사도직으로 삼아 1963년 한국에 진출한 뒤 1978년부터 강릉 갈바리의원을 시작으로 호스피스 활동을 해왔다. 김 수녀가 활동하는 가정 호스피스는 1987년에 시작됐고, 현재까지 25년간 활동을 이어왔다.


김은배 수녀가 하는 일은 서울과 경기지역에 이르는 지역의 환자들을 만나는 일이다. 환자들은 직접 봉사를 요청하기도 하고 병원을 통해 소개를 받기도 한다. 환자를 처음 방문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환자와 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들의 병과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김 수녀는 가정 호스피스의 역할은 “찾아가는 응급실”이라고 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가는 것, 그리고 남은 가족까지 품는 것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누군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을 맞는 준비, 환자 스스로 해나가야 할 몫


김 수녀는 “우리가 맞게 된 환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4시간 열어놓고 늘 준비한다. 우리의 활동은 직업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이라고 이르면서도, “그러나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환자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 삶의 여정은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삶과 죽음의 당사자인 환자를 우선시 하지 않고 치료나 간병인들의 몫으로, 그들이 뭔가를 한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치료를 어디서 어떻게 받을 것인지,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환자 자신이 선택해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함께 공유하고 결정해야 하죠. 환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할 권리를 보장해주면서 주변 가족들은 그 환자의 병과 죽음을 모두 함께 받아들이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20-25명의 환자를 방문한다는 김 수녀에게 마음이 고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호스피스는 환자들과 만나 잘 노는 것이다. 농담하고 이야기하고 노래도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이 일이 힘을 소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죽음을 돌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전 생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자면 나의 삶도 나눠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위로받고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한상봉 기자


20여 년, 두려움이 많은 성격이었다는 그가 숱한 죽음을 보면서 만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김은배 수녀는 “환자들이 임종하는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그분에게서 선물을 받는다. 내가 행복하게 가니, 너희도 행복 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 아닌, 죽음을 준비하는 일
평화로운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은총이자 축복


그러면서 김은배 수녀는 첫 환자의 죽음을 기억했다. 서원 후 처음으로 만난 임종환자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그는 그 모습이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였다고 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동네 할머니의 입관을 보고 “할머니가 너무 예쁘시더라”고 했던 말을 비로소 이해한 순간이었다. 그 환자의 모습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 수녀에게 힘의 원천이자 은총의 선물로 남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죽습니다. 그런데 보통 죽음보다는 삶의 순간만 생각하게 되고, 죽음을 나쁜 것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할 죽음을 직시하는 순간, 삶은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김은배 수녀는 “호스피스는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가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남은 시간이 얼마든 살아있는 동안 뭔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남은 생을 살도록 돕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죽음은 새로운 세상 만나기 위한 출산과정과 같은 것


결국 모든 이들은 잠재적 호스피스다.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면, 삶의 전 과정 안에서 자기 자신의 호스피스가 되어야 하고, 가족과 이웃을 위한 호스피스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은배 수녀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나가는 길이다. 아이가 태어날 때, 좁은 산도를 거치는 극심한 고통을 겪음으로써 탄생의 축복을 누리는 것처럼, 죽음 역시 이 세상이라는 자궁에서 나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과정”이라고 비유하면서, “죽음의 과정을 지나고 맞이한 저 세상에서도 태어날 때와 같이 축복의 환호성을 올리지 않겠나”라고 죽음의 의미를 전했다.


김은배 수녀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은 수녀원 입회와 호스피스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을 통해 하느님께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호스피스 활동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평화 호스피스 전성민 회장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삶 안에서 죽음을 묵상하십시오”


평화호스피스 전성민 회장은 꼭 13년 6개월 6일 만에 간병하던 아내를 떠나보냈다. 아기, 보배, 진주라 불렀던 사랑하는 아내의 투병 생활과 임종을 지키면서 전 회장은 “죽음이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것”임을 깨달았다. 맞닥뜨리기 전에는 두렵고 외로울 것이라 여겼지만, 남편의 품에서 성가 소리를 들으며 기척도 없이 돌아간 아내의 얼굴이 그토록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 평화 호스피스 전성민 타태오 회장. 그는 “죽음은 저녁 하늘의 황혼과 같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 순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삶 안에서 죽음을 묵상하라”고 당부했다. ⓒ정현진 기자


전성민 회장이 평화 호스피스를 설립한 것은 아내를 간병하던 중이었다. 자신의 아내가 소중하고 애틋했던 만큼, 죽음을 앞둔 다른 이들에게 마음이 갔기 때문이다. 아내를 돌보는 마음으로 똑같이 그들을 돌보고 싶었던 그는 2002년부터 호스피스 활동을 하다가 2004년 그가 살던 군포 지역에 공식으로 센터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일흔이었던 나이도 벽이었고, 아내도 돌봐야 했다.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고, 어느 날 읽었던 성경 구절이 그에게 답이 됐다. 다음날 아침 군포시청 자원봉사센터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밝혔다. 호스피스 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니 기다릴 것도 없이 사무실 한편에 책상과 전화를 놔줬다.


평화 호스피스에서는 지금까지 12번의 호스피스 교육을 실시했고 1300명이 이수했다. 1년에 150명이 주 5일 내내 아침저녁으로 무료 봉사를 다니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기적이라고 느낀다. 9년간 점점 규모도 커져서 지금은 후원회를 조직했고 2008년 3월에는 수원교구의 교구 사회복지단체로 인준을 받아, 지금은 안양대리구 가톨릭사회복지회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자신을 위한 호스피스
환자들을 통해 죽음이란 한없이 평화로운 것이라고 믿게 돼


현재 전성민 회장은 그 자신도 암 환자다. 내년이면 여든이 되는 그가 마지막으로 지닌 소망은 지금처럼 죽는 순간까지 봉사를 다니다가 부름을 받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사는 것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살던 모습과 똑같이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으로 임종한 아내를 보면서 그것은 확신이 됐다. “잘 살면 아름답게 죽을 수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곧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2티모 4,7)


전성민 회장은 “오늘 죽는다고 해도, 아쉬움이 없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삶의 이유, 존재의 이유, 삶과 죽음을 모두 봉헌했다”면서, “내 삶의 목적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아내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 자녀들에게 구원의 축복을 주기 위해서”라고 고백했다.


“48살의 암환자를 만났었지. 10년 간 투병 중이었는데,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도 없고 남편마저 곁을 떠나 하느님까지도 자기를 배신했다는 분노와 상처가 가득해 우리도 받아들이지 않았어. 그래도 가서 일을 돕고 이야기도 건네니까,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고.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 남편을 용서하라고 계속 함께 기도해줬어. 임종하는 날, 나에게 ‘선생님이 아버지 같아요’라고 했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지. 나한테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말로 들렸어. 그때 그 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



호스피스는 환자들과 마지막까지 ‘공명’하는 것
“잘 죽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는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하느님만의 비밀이다. 그러나 내가 만나는 환자들이 언제든 아름답고 평화롭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돌본다”고 하면서, “내가 환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죽음은 이 세상의 질곡에서 해방되고, 영생을 얻는 기쁜 날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죽음은 더 좋은 것을 만나기 위한 고통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전성민 회장은 죽음을 앞두고 하느님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던 한 자매를 떠올리며, “죽음은 저녁 하늘의 황혼과 같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 순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삶 안에서 죽음을 묵상하라”고 전했다.


그는 호스피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과 공명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임종을 맞은 환자의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환자를 축복해주도록 노력하고, 고맙고 사랑하고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해주라”고 당부했다.


모현 가정 호스피스
서울과 경기지역 환자들을 방문하고 있다. 환자 방문 외에도 매 월 2, 4주 환자들을 위한 주간 보호 및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호스피스 연구모임과 사별가족 모임 등을 운영한다.
(후원 및 봉사 문의: 전화 02-779-8245 / 홈페이지 www.mhh.or.kr)


평화 호스피스
경기도 군포 지역을 중심으로 병원과 가정의 환자들을 방문해 환자들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돌봄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또 환자 병상비와 생활비, 호스피스 교육, 독거노인 장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후원 및 봉사 문의: 전화  031-399-4644 / 인터넷 카페  http://daum.net/pwh1004)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2012.11.29  17:15:16